강원도 포수

옛날 강원도 어느 한 깊은 산골에 이름난 한 사냥꾼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사냥을 떠났는데 한 곳에 다다르니 숲속에서 웬 짐승이 으르렁대는 소리를 들려왔다. 정신을 가다듬고 소리나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글쎄 황소 같은 호랑이 한 마리가 웬 사람을 물어다 놓고 고양이 쥐다루듯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장난질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것을 목격한 사냥꾼은 사경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범을 겨냥하여 화승네에 불을 달았다. 그랬더니 꽝 소리와 함께 《따웅》하고 하늘을 진감하는 대호의 비명소리가 산천을 뒤흔들더니 황소 같은 호랑이가 벌렁 나가 자빠졌다.

포수가 급히 사람한테로 달려가 보니 웬 아리따운 쳐녀가 겨우 들숨을 돌이키며 신음하고 있었다. 이런 정경을 목격한 포수는 더 생각할 새 없이 처녀를 들쳐업고 기겁으로 줄달음쳤다.

포수 내외가 지성껏 간호한 덕택에 처녀는 삼일만에 정신을 차리고 열흘만에 몸이 완쾌해 졌다.

원래 이 처녀는 임금이 애지중지 사랑해 오던 무남독녀였는데 그날 저녁밖에 산보하러 나갔다가 큰 호랑이한테 잡혀 이 산골에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다.

봉사 길 안내는 목적지까지 하랬다고 본래 남의 곤란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발벗고 나서는 포수인지라 인근마을에서 말 한 필을 얻어 공주를 그 말 위에 태우고 자기는 경마잡이가 되어 몇 날 며칠을 걸어 서울에 당도하였다.

한편, 무남독녀 외딸을 잃은 임금과 황후는 침식을 전폐하고 매일 울음으로 나날을 보내다보니 온 서울 장안은 마치 초상난 집처럼 스산하였다.

바로 이 때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땅에서 솟아났는지 오매불망 그리던 딸이 살아서 돌아왔는지라 궁궐 안은 잔칫집처럼 기쁨으로 들끓었다.

딸이 살아 돌아오게 된 자초지종을 듣고 난 임금은 대희하여 포수에게 천냥금과 벼슬을 하사하였다.
임금님의 어명을 듣고 난 포수는 궁궐에 들어가 엎드리며,

《임금님이 베푸신 은혜에 소인 감지덕지하오나 소인께 하사하시는 금전은 한 푼도 받을 수 없고 또 벼슬은 더구나 감당치 못하겠나이다.》라고 말하였다.

포수의 말에 임금 이하 궁궐 안의 모든 신하들은 너무 놀라 눈이 아홉이 될 지경이었다. 하긴 세상이 생긴 이래로 돈주어 싫다는 사람 못 보았고 벼슬자리 마다하는 머저리를 못 보았으니 말이다.
《무엇 때문에 벼슬과 재부를 다 마다하느뇨?》

임금도 포수의 내심을 알길 없어 한마디 물었다. 이에 포수는 머리를 조아려 다시 한번 절을 올리고나서,

《소인이 재부를 탐내었다면 죽어 가는 공주를 구할 대신 범을 잡아 팔아 부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벼슬이란 지간이 무식한 자에게는 당치도 않은 일인 줄로 아나이다.》하고 아뢰었다.

포수의 말을 다 듣고 난 임금은 머리를 끄덕이며,

《음, 과연 청렴한 군자로군!》

하고 치하하더니 또 한마디 묻는 것이었다.

《그럼 그대의 소원은 무엇이뇨?》

《네, 소원은 별다른 소원이 없사옵니다. 배운 것이 활쏘는 재주이니 짐승이나 잡아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잇고 가난한 이웃들을 도와주는 것을 낙으로 아뢰옵니다.》 일리 있는 포수의 말에 임금도 그만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이때 곁에 있던 김정승이 포수의 재주와 군자다운 일 처사에 마음이 동해 그를 나라의 동량지재로 추천하려고 한마디하였다.

《남아대장부로 세사에 태어나 어찌 그런 맥빠진 소리만 하느뇨? 듣자니 그대 활재주가 비상하다는데 나라를 위해 왜적의 침입을 막아 볼 생각은 하지 않는단 말이냐?》

정승의 말에 포수는 얼굴을 지지 붉히면서 변명함아 한마디 올렸다.

《네, 소인이라고 어찌 그런 생각이 없으리까. 나라가 태평해야 백성이 안녕할 줄로 알지오만 소인은 무식하고 재주가 없음이 애통한 줄로 아뢰옵니다.》

《그런 마음만 있다면 짐이 이미 생각한 바가 있으니 짐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를 바라오.》
임금이 대희하여 포수에게 강원도 대장군으로 등용하였다. 포수 본래 타고난 재주 있는데다가 또 나라에 충성하여 외래의 적을 물리쳐 명성을 떨치니, 왜적들은 강원도 포수란 말만 들어도 겁이나 감히 얼씬도 못했다고 한다.